루인을 아시나요?
연극을 보러 다니다 보면, 특히 퀴어 연극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분명 루인을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기도 한데요. 루인을 떠올리면 배지가 주렁주렁 달린, 화려하고 큰 배낭을 등에 메고, 양어깨에 보조 가방을 하나씩, 때로는 손에도 추가로 가방이 들려 있기도 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멀리서 보면 가방이 걸어오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는데요.
‘아니, 공연 보러 오면서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오는 거지? 평소에 왜 이렇게 짐을 많이 지고 다니는 거지?’ 하는 생각도 내심 들었답니다. 대체 저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사실 잡담은 핑계고, 그 가방 안이 너무 궁금해서 루인을 만나고 싶었던 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루인과 이렇게 오래 다양하게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었는데, 루인은 정말 용감한 사람 같아요. 조용하게 용감한 사람?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에 끝없이 파고들 수 있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사건을 몸에 새기며 꾸준하게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특히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람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말을 듣는 게 저는 참 인상적이었어요. 쉽지만은 않았을 그런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루인은 빛나는 표정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살다 보면 희망을 잃게 되는 순간이 참 많이 찾아오곤 하잖아요. 그런데도 세대를 넘어선 희망을 이야기하는 루인을 보며 저도 모르게 그 단어를 곱씹게 되더라고요. 루인의 문장 중 하나를 공유해봅니다.
“저는 희망은 매우 중요한 저항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이 희망은 당장 바뀔 거라고 하는 희망은 아닌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가면서 살아생전 나는 못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에 누군가는 그걸 보고 누릴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