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셋이 야옹거리며 침대 위로 뛰어오른다. 밥 달라는 소리와 얼굴을 핥는 까슬한 감촉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갈아주고 사료를 부어준다. 그제야 야옹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오독거리며 밥을 먹는 고양이를 보는 건 언제나 흐뭇하다. 고양이들의 밥을 주고 똥을 치워주는 아침 일과가 끝나고 나서야 외출준비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에 달린 모니터에서는 끊임없이 상품들을 홍보하고 있다. ‘초복맞이 삼계와 전복’, ‘투플러스 한우’가 커다란 폰트와 화려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니터 속 털이 뽑힌 ‘생닭’은 하얗고 말끔해 보였고 접시 위에 담긴 붉은 ‘고기’는 신선해 보였다.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공원에는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비둘기는 벤치 위에 앉아 있고, 고양이는 밥자리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까치가 나무 위에서 울어대고 까마귀가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쪼그려 앉아 고양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까마귀가 먹다 남은 음식물을 쪼고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비둘기가 앉은 자리를 빙 돌아 비켜 갔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빵 굽는 냄새, 아니 버터 냄새였다. 지하철 역사 안 작은 빵집에서 나는 버터 냄새가 지하철 출구까지 진하게 풍겼다. 사람 키보다 높은 트레이에 이제 막 구운 빵들이 쌓여있었고, 빵은 한 개씩 투명 비닐 봉투에 담겨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잘 포장된 빵은 우유를 짜내는 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였다.
종각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집회에 가는 길이다. 7월 15일, 초복이었고 동물단체인 <동물해방물결> (이하 동해물) 에서 주관하는 ‘2024 복날추모행동’ 집회였다. 동해물은 삼계탕에 이용되는 닭의 밀집 사육 실태를 조사하고,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어린 닭들이 어떤 고통과 학대 속에서 사육되고 죽어가는지, 참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9, 224,926(농림축산검역본부 2023년 7월 도축동향, 삼계가 아닌 육계는 같은 달 67,277,838명이 도살되었다.) 오로지 삼계탕을 위해 태어나, 35일 만에 도살되는 삼계의 숫자다.
동해물이 만든 영상은 좁은 시설에 갇힌 수천, 수만의 닭들이 뱉어내는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닭들은 작고 어린 병아리였고, 병아리들은 삐약거리며 울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죽어간 닭들에게 헌화를 하고 고개를 숙여 애도했다. ‘닭은 고기가 아니라 생명’이라고 구호를 외치는 큰 소리에도 병아리들의 비명소리는 잊히지 않고 따라다녔다.
보신각부터 청계광장을 지나 광화문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었고, 식당이 즐비한 종로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행진을, 그리고 피켓 속 문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비웃음과 비아냥을 숨기지 않았다. 개식용 반대 집회 때와는 퍽 다른 분위기였다. 함께 행진을 하던 사람들도 비슷한 얘기들을 주고 받는 게 들렸다. 개와 닭,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의 차이였을까. 왜 닭은 ‘인간의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닭을 죽이지 않는 복날을’이라는 피켓과 ‘닭은 고기가 아니라’는 구호와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간판이 뒤섞였다. 손에 음료를 하나씩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선 향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 향수 냄새로 덮지 못할 만큼, 거리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지독했다.
집회에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결국 가지 못했다’는 연락이었다. 자신은 가끔 닭을 먹기도 하는데, 집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이유였다. 닭을 먹지만 않으면 집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는 것일까. 닭을 먹든 먹지 않든 누구도 이 쉰내 나는 거리, 그리고 35일 만에 도살당하는 병아리와 무관한 사람은 없어 보였다. |